지피지기 백전백승(?)

Life Log | 2009/06/16 16:08 | chester
최근에 사업을 준비하는 한 친구가 '지피지기 백전백승' 이라는 말을 사용하기에, 그 말은 존재하지 않는 말이라고 일러줬다.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번을 싸워서 다 이긴다는 말인데, 세상에 존재하기에 너무 아름다운 말이라고 생각되지 않는가 ?

손자병법에 있는 정확한 말은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 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하지 아니하다라는 말이다. 그런데 현실세계에서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거의 발생하기 힘들다.  일단 지피가 쉽지 아니하며, 지기는 더더욱 어렵기에 필요조건이 성립하기 조차 어렵고,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보니 백전은 너무 작은 숫자이기에 불태의 가능성은 더더욱 줄어든다. 그 말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는 공력이 쌓이면, 그때는 기회보다 위험이 더 크게 보이는 나이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기에 정말 삼국지에나 나올법한 아름다운 전쟁이야기는 현실에서 잘 안 일어난다. 게다가 시장에 불확실함이 가득한 난세가 되어야 재미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요새는 그런 시기도 더더욱 아니다. 다 같이 힘들뿐이지 시스템 자체는 굉장히 안정적이라는 이야기다.

어쨌든 손자병법은 참으로 보면 볼수록 오묘한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다. 서양에서는 현실적인(?) 전략서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나,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등인데 시기상으로는 많이 봐주면 한 2천년 넘게는 뒷이야기다. 어쩌면, 손자병법은 입수한 마키아벨리가 지네 나라 사정에 맞게 이것저것 편집한 remix 혹은 mash-up edition 인지도 모르겠다. :)  나는 개인적으로 운명론/음모론 뭐 이런걸 사랑하는데, 아인슈타인이 블레바츠키의 Secret doctrine 을 보고 질량이 에너지로 전환가능하다는 영감을 얻었다고 생각하고, 보어가 양자론의 기둥을 세울때 주역을 애독했다고 믿는다.